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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문학

[책 리뷰] 박완서의 '겨울나들이' - 우리는 무엇에서 위로를 얻는가

by 바사 | baza 2021. 2. 12.

 

 안녕하세요! 오늘은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2편 '배반의 여름'의 첫 번째 이야기인 겨울 나들이에 대한 리뷰를 가져왔습니다.

 

 

 

배반의 여름

박완서 / 문학동네 / 2006년

-2판 작가의 말에서-

"내가 쓴 글들은 내가 살아온 시대의 거울인 동시에 나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거울이 있어서 나를 가다듬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고, 글을 쓸 수 있는 한 지루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원래 박완서 작가님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단편집도 좋아하는 편이라서 선택했습니다. 단편 소설들은 짧은만큼 한 대목마다 뜯어 보며 깊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

 



>>  제목이 '겨울나들이'인 이유?

 이야기를 몇 쪽 읽어 나가면 제목이 왜 겨울나들이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별을 겪은 남편과 결혼을 한 화자는 남편의 딸과 남편사이의 유대관계를 질투합니다. 그러자 남편의 전 부인을 떠올리며 또 엄청난 질투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 여자(전 부인)는 남편의 가슴속에 지금의 딸의 모습처럼 빛나는 젊음과 아름다움으로 간직돼 있었구나 싶자 질투가 독사 대가리처럼 고개를 드는 걸 느꼈다.”

 

 질투가 끓어오르는 심리를 정말 잘 표현하신 것 같아서 기억에 남는 구절입니다.

 

 또한 한 가지 감정이 들기 시작하면 불꽃처럼 그 감정이 여러 군데로 번져가는 심리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화자는 이런 감정에 갑작스레 겨울 여행을 떠나겠다고 합니다. 겨울 여행에서도 화자의 우울감과 분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끝나진 않겠죠?

 

겨울 풍경 (출처 Pixabay : Kihyuck Kim)

 


>> 여관과 여인숙에서 화자의 심리

 화자의 심리상태가 두 군데의 장소에서 상반되어 등장합니다. 이렇게 비교대조를 하는 습관은 수능공부를 했던 터라 아직도 잘 남아있는 것 같아요.ㅎㅎ..

 

 누군가 보면 너무 소설을 기계적으로 읽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글을 뜯어봄으로써 제가 놓치고 갈 수 있었던 부분까지도 캐치해서 읽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어쨌든 비교되는 두 장소는 여관여인숙입니다. 이해하기 편하게 표로 만들어 볼게요!★

 

장소

여관

여인숙

식사 대접

- 열다섯 가지쯤 되는 아침상

- 비위에 거슬림

- 소박한 밥상

- 흐뭇함

해당 장소에서

만난 사람

여관에서 일하는 소년

: 자신을 불쌍히 여길 것 같음

여인숙의 아주머니

: 마음이 놓임, 어리광을 부리고 싶음

 

 이렇게 정리하니 차이가 확연히 보입니다.

 여관에서의 지치고 우울함에 가득 찬 화자는 여인숙에 도착해 아주머니를 보자마자 긍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여기서 여관여인숙이 무엇이 다르길래 화자가 이렇게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두 장소 모두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 마주한 것은 같았습니다. 심지어 식사대접의 퀄리티 자체만을 보자면 여관에서의 식사가 더 좋았구요.

 

 아마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아주머니를 만나서 자신도 모르게 동질감을 느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은 학생끼리, 직장인은 직장인끼리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

 


>> 노파와 6.25의 상처

 이 전의 박완서 작가님의 책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알아봤듯이 작가님은 6.25 라는 경험이 작가가 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머니의 시어머니인 노파의 도리질의 원인이 6.25전쟁의 아픔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흉흉한 세상에 남편의 소재를 물을 때 위험할 수 있으니 누군가가 무엇을 물어보든 절대 모른다고 답하라고 시어머니(노파)를 교육시킵니다.

 

 

“시어머니는 늘상 겁먹고 외로운 얼굴을 해가지고 혼자 있을 때도 “몰라요, 난 몰라요” 하며, 역시 도리질까지 해가며 열심히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

 

 

 하지만 어느 날 등장한 인민군 패잔병들에게 남편은 결국 발각되어 사살되고, 그 자리에서 모른다며 도리질을 하던 시어머니는 그 도리질이 고질병이 되어버립니다.

 


>> ‘도리질’에 대한 화자의 태도로 알 수 있는 속마음

 저는 화자가 노파의 도리질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봤습니다.

 같은 행동을 다르게 보게 된다면 화자의 심정에 변화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인숙에 도착한지 오래 지나지 않았을 때 화자의 반응입니다.

 

 

“할머니께서 제가 몹시 못마땅하셨나보죠? 말씀은 안하셨지만 제가 안방에 있는 내내 고개를 젓고 계셨어요.”

 

 

 화자는 노파가 자신을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여행을 하며 떠돌아니던 마음을 아직 안정시키지 못해서가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결말에 다다라서 화자의 반응입니다.

 

 

“노파는 고개만 살래살래 흔들었지만 나는 노파가, “너는 결코 헛살지만은 않았어. 암, 헛살지 않았고말고” 하는 것처럼 느꼈다.

 

 

이전과는 정말 다른 태도인 것을 보여주죠.

화자는 노파의 고개짓이 약해졌다고 느끼면서 동시에 도리질에서 화자의 여행의 이유가 되었던 가족 관계의 무상함에서 비롯한 상처에 대한 위로를 얻는 것을 볼 수 있죠.

 


>> 화자가 위로받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화자는 무엇을 위로받고 싶었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럼 일단 화자가 위로받은 상황을 생각해보아야죠. 여러가지 케이스를 생각해보겠습니다,

 

 

1.     남편과 딸의 특별한 관계에서 질투심이 난 화자는 단순히 ‘사람의 인정’ 이 그리웠다. 그래서 아주머니의 여인숙에서 위로를 받았다.

 

 이 이유는 화자가 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이유를 중점적으로 보고 생각해 본 것입니다.

 화자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사람의 따뜻함 이었다면 이와 같은 이유로 위로를 받았을 것 같아요

 

 1번의 이유라면 화자가 위로받고 싶었던 것은 '외로움' 이라고 볼 수 있겠죠.

 


 

2.     6.25를 거쳐오면서도 담담하며 강하게 이겨온 아주머니를 보고 위로를 얻음

 

 이 이유는 이게 뭔말이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풀어서 이야기해보자면 우리는 힘든 상황에 처해있을 때, 나 혼자만이 그 힘든 상황에 빠져 있다면 더 우울해지고 절망스럽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누군가 비슷한, 또는 더한 강도의 어려움을 겪고 이겨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일종의 희망과 위로를 얻고 그 상황에서 빠져나가려고 노력하기도 하죠.

 

 물론 아주머니와 화자가 처한 어려움(우울함)의 정도와 크기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이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번의 이유라면 화자는 '연대감'을 얻고 싶었다고 볼 수 있겠죠.

 


 

3.     화자 자신을 두고 점을 쳐 위로를 얻은 아주머니를 보고 자신도 힘을 얻음

 

여인숙의 아주머니는 아들이 연락이 되지 않자 손님이 여인숙을 방문할지를 두고 혼자서 점괘를 칩니다.

 손님이 방문하면 아들의 신변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아니라면 반대라는 점괘죠.

 

 

“나는 그런 기묘한 방법으로 외아들의 신상에 대한 크나큰 근심을 달래려 들었던 이 과부 아주머니에 대한 연민으로 가슴이 찐했다. 내가 점괘가 됐다는 게 조금도 언짢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화자가 자신이 점괘로 사용된 것을 전혀 불쾌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죠.

 

화자가 자신이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큰 위로와 도움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가정에서의 존재감에 대한 회의감을 갖고 여행을 떠난 화자에게 위로가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3번의 이유에서라면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3 > 1 > 2 순으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마무리

단편소설인데도 이것저것 혼자서 생각하다보니 또 글이 엄청나게 길어져버렸네요 :>..

 여인숙에서 위로를 받으며 다시 서울을 향해 떠나는 화자를 보며 우리는 무엇에서 위로를 얻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읽는데는 큰 힘이 들지 않지만 혼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거리는 풍부하게 있는 단편소설을 한 번 읽어보신다면, 단편소설의 묘미에 푹 빠지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겨울 나들이에 대한 제 별점은 ★★★★☆ 5점만점에 4점입니다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나누고 싶은 의견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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