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문학

[책 리뷰] 박완서의 '저렇게 많이!' - '나 자신'과 '만들어낸 나 자신'

by 바사 | baza 2021. 3. 28.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만에 책 리뷰로 돌아왔습니다 :>

 

박완서 단편집 '배반의 여름'의 두 번째로 실린 이야기인 '저렇게 많이!' 입니다.

 

 

 

 

 

배반의 여름

박완서 / 문학동네 / 2006년

-2판 작가의 말에서-

"내가 쓴 글들은 내가 살아온 시대의 거울인 동시에 나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거울이 있어서 나를 가다듬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고, 글을 쓸 수 있는 한 지루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도무지 내용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제목입니다.

 

배반의 여름의 첫번째 이야기였던 '겨울 나들이'는 제목을 통해 서사를 예측 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겨울나들이에 관한 리뷰는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책 리뷰] 박완서의 '겨울나들이' - 우리는 무엇에서 위로를 얻는가

 안녕하세요! 오늘은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2편 '배반의 여름'의 첫 번째 이야기인 ‘겨울 나들이’에 대한 리뷰를 가져왔습니다. 배반의 여름 박완서 / 문학동네 / 2006년 -2판 작가의 말에서- "내

munzi.tistory.com

 

 

하지만 '저렇게 많이!' 는 이야기의 마무리 부분에서, 그냥 대사의 한 부분으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이번 리뷰에서 저는 제목보다는 다른 요소에서 더 깊이 생각을 하고 다뤄보려고 합니다.

 

 

 

등장인물은 간단합니다. 화자인 '나'와 '나'의 7년전 대학시절 연인이었던 '한' 입니다.

 

어느 금요일, 갑자기 7년만에 모교 앞에서 만나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의 속내가 서술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여기서 '나'의 특징적인 무언가가 보입니다. 바로 가발을 쓰고 열심히 꾸미고 나갔다는 것이죠.

 

 

나는 꼭 일 주일에 한 번씩은 가발을 쓰고 거리에 나오는 이상한 습관이랄까 버릇이 있었다. ...(중략)... 그걸 쓰면 화장을 하고 싶고, 향수를 뿌리고 싶고, 제일 좋은 옷을 입고 싶고, 거리로 나가고 싶어지고, 이렇게 해서 거리에 나와서 맛볼 수 있는 해방감 때문에 나는 내 가발을 좋아했다. 

 

 

일 주일에 한 번씩 가발을 쓰고 엄청나게 꾸며서 길거리를 돌아다닌다는 것이죠.

 

하지만 가발을 쓰고 꾸미는 것 만으로 이 행위가 중요한 건 아니겠죠?

 

화자가 이렇게 하는 이유에 대해서 바로 다음 대목에 서술이 됩니다. 

 

 

그러다가 내가 쉴 수 있는 날, 가발을 쓰고 야한 화장을 하고 드레시한 옷을 입고 거리로 나오면, 발이 땅에서 붕 뜨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면서 거리의 풍경과 거기서 펼쳐지는 남의 인생들이 즐거운 구경거리로 변한다.

 

 

즉 '나' 는 생계를 책임지거나 하는 문제에서 벗어나 거리를 돌아다니며 그와 같은 인생에 대한 문제를 그저 구경꾼의 입장에서 살펴보며 해방감을 느낍니다.

 

 

street pic from pixabay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이런 저런 문제들을 뒷전으로 치워두고, 사람들을 관찰하는 입장에서 즐기는 시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저도 가끔 꾸미고 밖을 걸어다니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 부분을 읽으니까 제가 그렇게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저는 집순이라서 밖을 잘 안나가는 편입니다. 코시국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집에 오래 있다보면 무기력해지거나 조금 답답해지는 때가 생기더라구요.

 

그럴 때 제 모습을 정성들여 다듬고 거리를 걸어다니면 그 행동 자체로도 기분이 조금 상쾌해지고 활기가 채워지는 것 같아서 가끔 꾸미고 거리를 걷는 것 같습니다. :>

 

 

 

'한'이라는 등장인물은 속물 그 자체인 사람으로 묘사가 됩니다.

 

한은이 많은 사람과 결혼을 꿈꿔 실제로 그렇게 했으며, 아내를 묘사할 때 비즈니스적인 부분과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물론 그 속에서 애정이 담겨있거나 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린 쉬는 날은 각자 행동이야. 일 주일의 밤낮을 붙어사니까 냄새가 나거든. 하루만이라도 서로의 자유를 침해 않기로 약조가 돼 있어. 난 오늘 자유야. 연애도 할 수 있어."

 

 

어떻게 자신의 부인과 붙어사는 상황을 냄새가 난다고 표현하며, 쉬는 날 연애를 할 수도 있다고 약조를 했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정말 순전히 금전적 이유로만 얽혀 있는 결혼 관계임을 이 부분으로 짐작할 수 있죠.

 

또한 서로의 관계가 실은 무관심인 것을 '자유'라는 터울 좋은 이름을 붙여 놓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또한 이러한 모습에서 흘러나오는 '한'의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한에게서 질질 흐르는 저 더러운 기름기가 바로 부티라는 거라면 부자한테 시집 못 간 게 오히려 행복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더러운 기름기라니, 부정적으로 돈에만 찌든 사람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money pic from pixabay

 

 

 이 인생을 사는 데 중요한 가치임은 틀림없지만, 다른 모든 가치들(사랑, 인류애적 가치, 도덕성 등)을 제쳐둔 채 돈만을 최우선으로 추구한다면 정말 '더러운 기름기'가 흐르는 사람이 되어버릴 뿐일 것입니다.

 

 

 

연애라도 해볼래 라며 실없는 소리를 하는 '한'을 두고 '나'는 다방에서 나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신을 혐오하며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같잖은 것 같으니라구. 같잖은 것 같으니라구 ...... 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나다 못해 구역질이 났다. 그래서 나는 이런 나를 망신시키고 골탕먹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길에서 훌러덩 내 가발을 벗어들었다. 한 손에 들고 빙빙 돌리며 나도 육교를 올라 군중 속에 섞였다. 사람들이 나를 웃음거리로 삼아주길 바랐으니 아무도 나에게 주의조차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속물적인 가치에 찌들어 있는 '한'을 경멸하면서도, 별볼일 없어보이는 자신의 지위나 정체를 '한'에게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결국 '한'이나 자신이나 별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한'을 경멸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모순을 발견하게 되어 저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금요일마다 자신의 겉모습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던 그 가발을 사람들 앞에서 벗어던지면서,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드려는 행위를 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갖지 않죠. 

 

 

 

이 단편을 다 읽고나니 sns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의 sns를 이용합니다.

 

 

instagram pic by pixabay

 

 

 저도 인스타그램을 19살 때부터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좋아요를 많이 받고 싶어서 계정을 공개 상태로 두고 여러가지 태그를 달기도 했었습니다.

 

f4f, like4like 등 여러가지가 있죠 ㅎㅎ 추억이네요

 

하지만, 결국 어느순간 그게 다 제가 만들어낸 허상임에 불과함이 느껴지더라구요.

 

실제 감정이나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진이나 글을 올려서 좋아요를 받는 때 특히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계정을 비공개로 바꾸고, 친한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사진 일기장 정도의 용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나의 스토리나 게시물을 돌아보면 어떤 계절에 무슨 이벤트가 있었는지 사진을 함께 보면서 추억에 잠길 수 있는 게 좋더라구요.

 


 

 어쨌든, 제 현 상태와 모순되는 게시물을 업로드 하며 좋아요를 받는 모습이, 이 단편의 '나'가 실제 삶과 괴리가 있는 옷차림새로 가발까지 쓰고 밖을 돌아다니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기분을 내어 자신의 매력있고, 아름다운 모습을 sns로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꾸미지 않은 모습도 나의 한 부분이고, 꾸민 모습 또한 나의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니까요.

 

 

lipstick pic by pixabay

 

 

하지만 현재의 삶과 sns 속 나의 모습이 과도하게 괴리가 있다면 문제가 있겠죠. 

 

또는 이 단편의 '나'와 같이 자신도 겉을 치장했으면서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소위 내로남불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죠.

 

 

 

오랜만에 책 리뷰를 하니 깊이 생각하는게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글 쓰는데 시간이 좀 걸렸네요 :>

 

매일 조금씩 틈을 내서 책을 읽기는 하는데, 확실히 방학 때 만큼 자유롭게 읽지 못하니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도 책을 읽을 시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읽을 때마다 포스팅 올려보도록 하려구요!

 

그리고 이 이야기가 단편집이라 짧긴 하지만 제가 다루지 않은 부분에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으니 꼭 읽어보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도 긴 포스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완서 작가의 또다른 작품 리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리뷰

안녕하세요! 오늘은 박완서 작가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를 읽어보았습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저 / 웅진 지식하우스 / 2005-09-14 - 알라딘 책 소개 인

munzi.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