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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문학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리뷰

by 바사 | baza 2021.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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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박완서 작가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를 읽어보았습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저 / 웅진 지식하우스 / 2005-09-14

 

- 알라딘 책 소개 인용

작가 박완서가 자화상을 그리듯이 쓴 성장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양장본으로 펴냈다. 1930년대 개성에서의 어린 시절부터 1950년대 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20대까지의 이야기를 맑고도 진실하게 그려냈다. 1992년 처음 출간되어 10년이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강한 생활력과 유별난 자존심을 지닌 어머니와 이에 버금가는 기질의 소유자인 '나', 이와 대조적으로 여리고 섬세한 기질의 오빠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가족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30년대 개풍지방의 풍속과 훼손되지 않은 산천의 모습, 생활상, 인심 등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문체가 소설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 이 책을 선택한 이유

박완서 작가님은 심리묘사를 정말 세세하게 하기 때문에 책 내용과 비슷한 제 경험과 감정들을 떠울리면서 읽는 재미가 있어요이렇게 세밀한 심리묘사를 따라가다보면 책에 몰입해서 흠뻑 빠져버리는 기분이 정말 좋아서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들을 자꾸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박완서 작가님에 대한 정보는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자세히 읽어 볼 수 있습니다.

 

박완서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박완서(朴婉緖, 1931년 10월 20일 ~ 2011년 1월 22일)는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본관은 반남(潘南)이며 경기도 개풍군 출생이다. 40세의 나이에 《여성동아》 장편

ko.wikipedia.org

 

작년에 수험생활을 하면서 EBS 연계작품으로 박완서 작가님의 해산바가지를 재밌게 읽어서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전자도서관에서 제목이 특이한 이 책이 눈에 띄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해산바가지에 대한 리뷰도 다음에 올릴게요😄)

 


>> 제목의 싱아?

싱아는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새콤달콤한 맛이 나서 예전에는 시골아이들이 즐겨먹는 풀이라고 책 초반에 소개합니다.

제목은 싱아에 관한 것이지만 소설 전체적으로 싱아가 기억에 새겨질 만큼 엄청나게 중요한 것으로 다뤄지지는 않습니다

싱아 사진  (출처: 국가 생물종 지식정보 시스템)

 

시골에 대한 설명을 할 때 싱아는 잠깐 나오고 지나가는데, 그럼에도 굳이 '싱아'를 제목으로 삼은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어요. 

 

 작가님의 생각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저는 ' '싱아'라는 것이 순박하고 담백한 시골생활을 잘 보여주는 소재였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기억에 남는게 여러가지 장면들이 있지만 시골에서 살아가는 어린 작가님의 생활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 줄거리와 기억에 남는 장면

 책 표지에는 이 책이 장편소설이라고 적혀 있지만 박완서 작가님의 어린시절부터 청년까지의 사건들을 담고 있어서 자서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의 말에서도 자화상을 그리듯이 쓴 글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책의 화자가 자신을 이를 때도 '박완서' 라고 칭합니다.

 

 

 책을 시작하기 전에 작가의 말 중

 

"주변인물을 묘사함에는 가차없지만 자신을 그림에는 모호함, 생략, 얼버무린다. 이것은 자신에게 정직하기가 가장 어려웠던 흔적이다."

 

라는 문구가 있는데, 저도 최근에 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느껴서 많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해도 무의식중에 제 자신을 변명하거나 미화하는 것을 느끼며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또한 소위 '내로남불'이라고 칭해지는 생각을 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타인이 사소한 잘못을 했을 때는 가차없이 비판을 하면서 제 자신이 비슷한 잘못을 할 때면 '실수였다.' '어쩔 수 없었다' 라는 생각들이 무의식중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가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자각하고 저를 낮게 내려놓고, 채찍질 하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가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잘못을 깨달았으니 앞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겠죠!

 


 

 이 책의 주된 줄거리는 박완서 작가의 시골에서의 어린시절동안 가족들과 있었던 일들, 가족 구성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심리묘사를 따라갑니다.

 

 특히 할아버지가 아픈 뒤에 당신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드는 여러가지 생각을 묘사한 부분을 읽을 때는 어린시절의 순수함과 어린 마음에 생기던 이름모를 오묘한 감정이 뒤섞이던 때를 회상하게 되더라구요.

 

"할아버지 담뱃불을 못 붙여드렸을 때가 가장 슬펐다. 할아버지를 위해서 무언가 내 속의 한계 같은 걸 박차 보려고 허둥대면서도 그렇게 안 되던 조바심과, 난 왜 이렇게 못났을까 싶은 자기혐오 등, 복잡한 심리적 갈등까지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저도 모르게 지나갔던 어린시절의 감정들에 '조바심', '자기혐오' 등의 딱 맞아떨어지는 단어들을 선택해서 붙이는 작가님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바쁘다, 세상일에 치인다는 등의 핑계를 방패삼아서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더니 제 감정이나 생각을 풍부하게 표현하는데 적절한 단어들이 알맞게 끼워지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또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찾은 것 같네요.


 

또한 어머니를 입체적으로 묘사한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이 결혼한 지 일년도 안된, 해방된 이듬해 봄이었다. 그동안 오빠와 엄마는 눈물겹도록 지극한 정성을 다했다. ...(중략)... 엄마는 ...(중략)... 이왕 우리 식구 된 거, 내 자식에게 할 수 있는 것과 똑같이 해 주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엄마의 그런 면은 나도 전혀 예상 못한 새로운 면이었고, 엄마를 존경스럽고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엄마는 원래 자식들이 좋아하는 거나 옳다고 여기는 건 무조건 따라 하는 분이었다. 내가 집에서 무심히 학교 얘기를 하다가 어떤 선생님이나 친구를 좋게 말하면 엄마도 덩달아 좋아해서 이름까지 기억해 주었고, 반대로 누구를 욕하거나 싫어하는 눈치를 보이면 그러는 게 아니라고 타이르기는 커녕 나보다 더 열렬하게 미워했다."

 

 

 저도 어렸을 때 바라보던 자녀를 기르는 어머니로서 보이는 엄마로서의 모습들과, 제가 커가면서 봤던 엄마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며 엄마인 모습과 개인의 모습을 절충하며 엄마를 알아가는 것 같아요

 

By designer Tommy (Urbanbrush)

 

 '엄마'라고만 생각했을 때는 이해가 안되던 엄마의 모습들이 '한 사람'으로서 바라보면 이해가 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엄마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렇게 오래 된 일이 아니라서 제가 얼마나 사람들을 평면적으로만 바라봤는지도 되돌아 볼 수 있었어요.😔

 

 

또 기억에 남는 부분 입니다.

 

"어머니가 텃밭에 앉아서 흙을 만지며 어린아이처럼 웃는 모습을 강렬하게 기억한다."

 

 

저도 이와 비슷한 경험으로 엄마와 함께 길을 걷다가 엄마가 좋아하는 식당 앞을 지나가며 식당 이름을 조그맣게 부르던 때가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적이 있어요.

 

 단순히 엄마가 귀여워 보여서 그렇다고 생각해왔는데 단순히 그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항상 가정을 이끌어 나가며 강한 모습만 보여주었던 엄마가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 장면이 기분 좋게 낯설어서 기억에 남은 것 같아요. 

 


 

 소설이 진행될수록,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지나며 겪는 다양한 사회적 혼란과 그 속에서 망가져가는 사람들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멋있고 성숙한 존재로 동경의 대상으로 나타나던 오빠도 6.25전쟁을 지나며 망가진 모습을 보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다보면 바쁜 생활에 치여서 과거의 아픈 역사들을 그저 지식으로만 배우거나 피상적으로만 슬퍼하며 지나가기 마련이었는데,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그때의 모습들을 읽으면서 절절한 그 시대의 우울함이나 아픔이 느껴져서 마음이 무겁기도 했습니다.

 


>>  전체적인 감상 

 초반에는 어린아이의 동심과 어우러진 시골의 구수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즐기면서 읽을 수 있었지만, 책을 읽어 나갈수록 등장하는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시대에서 청춘을 보내는 작가에 대한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누군가가 보면 눈살이 찌푸려질지도 모를 찰나의 내면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적어내는 것을 보면서 작가님이 굉장히 용기가 많은 사람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나의 내면을(좋거나 나쁘거나 상관없이) 만천하에 드러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이니까요.

 

특히나 요즘엔 문제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도 비난과 비판이 쏟아질 때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내기 어려운 것 같아요.😫

 

 심리묘사를 주되게 하는 문학을 즐겨 읽는 분이시라면 재밌게 읽을 것 같은 책이었습니다. 저도 정말 재밌게 읽었고, 구체적이고 솔직한 서술 때문인지 특정한 대목을 떠올리면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영화의 장면 처럼 해당 장면이 그려지는 것도 느낄 수 있었어요.

 

 특히나 너무나도 정보화된 사회를 살아가며 잊어버린 시골에 대한 정감이 되살아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도 주기적으로 방문했던 시골 할머니댁에서 친척끼리 모여 음식을 먹고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더라구요. 이제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빈 집이 되어 방문하지 않지만 그 때의 기억을 오랜만에 꺼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책 별점은 ★★★★☆ 5점 만점에 4점입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 더 의견을 나누고 싶거나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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